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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영화 창고

[넷플릭스 : 영화리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결말, 스포 O)

by 잇수다 2021. 1. 8.

| 장르: 드라마, 스릴러, 범죄

| 러닝타임: 122분

| 개봉: 2008.02.21

| 감독: 코엔 형제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총격전이 벌어진 끔찍한 현장에서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우연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

movie.naver.com

 

너무나 유명하지만, 막상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되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리뷰해보자 

 

첫 문장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고했지만, 실제로 영화를 처음 본 나는 그랬다

심지어 왜 유명한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얼마 전 5년만에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고, 소름이 끼치는 경험을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에단 코엘, 조엔코엘 유명한 코엔 형제의 작품이다

 

<번 애프터 리딩>,<파고>,<위대한 레보스키> 등의 작품에서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으며, 사회의 부조리함을 주제로

자신들만의 연출을 통해 관객들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어버린다

 

하지만, 본인들의 스타일이 너무 강력해 팬과 안티가 모두 많은 감독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명작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꼽는 영화 중 하나이다

 

이 영화의 개인적인 소감은 가까이에서 보면 물음표, 멀리서 보면 느낌표이다

 

미친듯한 긴장감의 고조가 폭발이 아닌 맥이풀림으로 이어지며, 머리 위엔 물음표가 뜬다

영화가 끝난 뒤 현실로 돌아가며 영화의 세계에서 멀어지면, 물음표가 모여 느낌표가 되며 뒤통수가 얼얼해진다

 

사실상 스릴러 영화의 탈을 쓴 인간과 세상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 

 

 

 

 

 

 

 

[스포 주의]


<줄거리>

 

사막에서 사냥을 하던 르웰린 모스(조시 브롤린), 그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피를 흘리는 사냥개를 발견하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사냥개가 도망 온 방향으로 그는 걸어가서 마약 거래가 불발되어 갱단이 쓰러져있는 현장을 발견한다

 

총에 맞아 죽어가는 생존자를 발견하지만, 그가 가진 총알만 챙긴 뒤 트럭에 실린 마약을 발견한다

 

약은 있고, 거래는 불발됐고, 그럼 돈이 어딨을까?

 

그는 돈을 가진 사람을 찾아 나서고 200만 달러를 발견한다

 

집으로 돌아와 돈가방을 숨긴 채 밤을 맞이하지만, 죄책감 때문일까 마약 거래 현장의 생존자가 눈 앞에 아른거려

물을 챙겨 다시 그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 현장에서 돈을 찾으러 온 갱단에게 발각되고 도망 끝에 어깨에 총상을 입고 가까스로 도망친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를 처갓집으로 피신 시키고 본인은 돈을 들고 도망친다

 

갱단은 돈을 되찾기 위해 사이코패스 킬러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을 고용한다

 

경찰서에서 경찰관을 죽이고, 도로 위에서 운전자를 살해한 용의자를 쫓는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은

안톤쉬거의 흔적을 따라오다가 마약의 거래의 현장까지 다다른다

 

돈가방을 가지고 도망가는 르웰린 모스, 그 뒤를 쫓는 안톤 쉬거는 추격전을 벌인다

 

그리고 그 흔적을 쫓는 에드 톰 벨은 그들을 쫓아 텍사스 엘파소까지 당도한다

 

그러나 현장에 다다랐을 때 르웰린 모스는 죽어있고, 안톤 쉬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안톤 쉬거는 르웰린 모스의 부인을 찾아왔고, 그녀를 살해(?)한 뒤 문을 나서지만,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그는 현장을 절뚝거리며 벗어나고, 영화는 은퇴한 보안관 에드 톰 벨이 꾼 꿈을 이야기하며 끝이 난다

 

내용만 보자면, 쫓고 쫓기는 다급한 스릴러 같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 그리고 의미부여에 있다

 

 

 

| 등장인물 |


 

 

1.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200만달러를 되찾기 위해 갱단에게 고용된 킬러 안톤 쉬거는 돈가방에 목적이 없다. 돈가방을 되찾는 흔한 영화는 그 

결과에 주목해야하지만, 우리는 돈가방을 추적하는 안톤 쉬거의 "과정"에 주목해야한다.

 

안톤 쉬거의 살인은 침착하고 조용하다. 호들갑을 떨지도, 감정의 동요도 없다. 그저 그가 그 때 살해할 필요가 있어서

살인을 한다. 그는 마치 사신(死伸)과 같아서 지위, 계층을 막론하고 그 누구도 그가 내리는 죽음의 판결에 저항할 수 없다. 그와 한 프레임 안에 있는 생명체는 죽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와 있으면 죽음은 당연한 것이며, 나는 안톤 쉬거가 걸어다니는 죽음(=운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세상이라는 영화 속에서 본인은 주연이라 믿고 살지만 사실은 조연인 경우가 다수이고, 심지어 엑스트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영화 속에서 엑스트라의 죽음에 신경쓰는 관객은 없다. 사실 나의 죽음이 대단할 것 같지만, 남들에겐 아무런 영향도 못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톤 쉬거에게 살해 당하는 이들이 마치 그런 느낌이다. 나의 죽음, 인생, 운명은 특별해야할 것 같지만, 사실은 운명에 저항하도 하지 못한 채  그렇지 픽 쓰러져 죽는 것이 다반사다.

 

코엔 형제는 안톤 쉬거를 통해 세상의 비정함과 부조리함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2. 르웰린 모스(조시 브롤린)

사냥 중 200만 달러를 득템하게 된 운 좋은(?) 남자이다.

 

그는 베트남 전쟁 파병 군인 출신으로 상황 판단이 빠르고 전투에 능하다. 이를 토대로 200만 달러를 지키기 위해

안톤 쉬거(=죽음, 운명)에 저항하는 인물이다.

그는 안톤 쉬거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낯선 여자에게 욕정을 품을정도로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다. 세속적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 운명에 저항하고 투쟁하는 젊은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안톤 쉬거의 손아귀에서 르웰린 모스가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며, 그를 응원하게된다. 그러나 

코엔형제는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여기서 발휘한다.

화면이 전환되며 르웰린 모스의 시체가 클로즈업된다. 영화의 주인공인데, 그의 죽음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표현한다. 화려한 총격전과 사투가 나오지도 않고 총소리만 들린다. 심지어 안톤 쉬거에게 살해 당한 것인지 나오지도 않는다. 여기서 코엔 형제 특유의 풍자와 자조에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얼얼함을 느꼈다.

결국, 그의 죽음도 그다지 특별할게 없었던 것이다. 

 

 

3.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

경찰서에서 경찰관을 살해하고 도망친 안톤 쉬거의 뒤를 쫓는 은퇴 직전의 베테랑 보안관이다.

그는 영화 시작 나레이션으로 목소리를 들려준 뒤 28분이 흘러서야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영화에서 종종 작금의 시대를 비판하고 한탄한다. 

"요즘 범행에는 동기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범죄에 목숨을 걸고 싶지 않다", "세상사 다 그런 것이다"와 같은 대사를 뱉으며, 세상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지 못하는 무기력한 늙은이다.

1980년대, 격정적인 변화를 맞이하던 미국은 늙은이가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영화 내내 안톤 쉬거의 뒤를 쫓지만, 그의 그림자만 쫓게된다. 그나마 르웰린 모스가 살해 당한 공간에서 안톤 쉬거에

가장 가까이 근접하지만,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주치지 않았음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 영화의 의미분석 |


나는 영화를 보며, 코엔 형제의 블랙코미디에 탄식을 뱉고 소름이 끼쳤다.

 

영화의 90분을 투자하여 안톤 쉬거와 르웰린 모스의 대결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 놓고, 르웰린 모스의 죽음을 너무나

간단히 그리지만 아무일 없다는 듯이 넘어간다.

 

그리고 뜬금없이 등장한 두 명의 아재에 의해 영화의 의미를 직접적이며, 간단하게 전달한다.

 

시체 보관소에서 만나 아재

"늘 돈과 마약이 말썽이다. 20년 전에 누가 알았겠어, 거리의 애들이 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코를 뚫고 다닐지.

말세야 말세.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하지"

- 카우보이 모자 쓴 아재 -

 

"라떼는"을 시원하게 시전해주는 아재이다. 세월의 흐름에 탄식하며 현재를 비판한다.

 

 

 

르웰린 모스의 살해 장소에 다시 한 번 가서 안톤 쉬거의 흔적을 발견하지만, 안심하는 자신을 발견한 에드 톰 벨은

은퇴를 결심한 뒤 같은 보안관이었던 조부와 일했던 동료를 찾아간다.

 

"그 맘고생 너만 겪는게 아니야. 녹록치 않은 세상이잖아.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나, 어디 내 맘 같아야지. 접을 건 접어"

- 조부의 과거 동료 아재 -

 

아마 이 이야기를 듣고 에드 톰 벨은 뜨끔했을 것이다. 본인의 경험을 맹신하고, 변하는 세상을 이해하기보단 비판하던 자신의 모습에 돌을 던지는 대사다. 세상이 잔인해지고 노인들이 살아가기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라며 세태를

비판하던 에드에게 이 아재는 더욱 옛날에 인디언들에게 강도 당해 죽은 맥 삼촌 이야기를 해준다.

옛날에도 이해 못할 범죄는 존재했고,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가 온다면 받아드려야지, 객기를 부려서는 안된다. 세상이 어디 내 마음대로 어디 되나.

정말 현명한 노인으로 이 영화에서 진정한 노인이라면 이 분인 듯하다

 

즉 과거나 현재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변화가 온다면 받아들여야한다는 것.

 

세월은 흐를 것이고 젊은이는 늙은이가 될 것이다. 

젊은이가 살던 세상과 늙은이가 되어 사는 세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면, 젊은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인간성을 상실하여 모두가 살기 힘든 세상에 대한 코엔 형제의 날카로운 비판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 막지막 장면을 에드 톰 벨이 꾼 2개의 꿈을 묘사하는데, 아직 남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첫 번째 꿈은 에드 톰 벨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돈을 잃어버리는 내용이다.
이는 욕망에 대한 탐욕으로 죽음을 맞이한 르웰린 모스, 즉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며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많다는 뜻이 아닐까

 

두 번째 꿈은 어두운 밤길에서 횃불을 든 아버지가 먼저 앞질러 가셔서 차가운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고 계실 거란

생각이 들었다는 내용이다.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와 오솔길을 지나며 먼저 앞질러간 아버지를 따라가는 에드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죽음은 차갑고 어두운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그 곳에는 따뜻한 불빛이 있기에,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는 이 곳보다는, 오히려 죽음이 안식처로 느낄만큼 불안한 이 세상을 비판하는 것이 아닐까

 

 

 

<리뷰를 마무리하며>

 

수많은 의미를 내포한 이 영화는 코엔 형제 특유의 연출력이 뒷받침되어있다. 

나의 분석과 생각이 절대 정답은 아니다.

이 영화가 대단한 점은 어떠한 상징을 붙이냐에 따라 수많은 해석이 가능한 점이다.

 

내가 처한 상황과 경험에 따라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향이 다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살면서 앞으로 10번은 더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 줄평: 관객을 가지고 노는 코엔 형제의 유쾌한 연출 속 깊게 숨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고발

 

평점: 1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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